곡물빵


지금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는 빵. 그 기원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만들어 먹었던 ‘무효모 평빵’은, 오늘날의 피타, 난, 토르티야와도 연결되는 원형입니다.
이 글에서는 고대 사람들이 실제로 먹었던 재료와 조리법을 바탕으로 복원한 고대 빵의 레시피를 소개하고,직접 만들어본 체험 후기와 현대적 활용 가능성까지 모두 정리해드립니다.기원전의 식탁 위에서 오늘의 삶을 되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을 함께 경험해보세요.

1. 빵의 시작, 메소포타미아의 곡물문화와 식사법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밀보다 보리가 훨씬 흔했습니다. 당시 기후 특성과 토양 구조상 보리가 잘 자랐고, 홍수와 가뭄에도 견디는 강한 작물이었기 때문에 주식으로 널리 재배되었죠. 고대 문헌이나 점토판 자료들을 보면 보리를 단순히 끓여 죽처럼 먹는 것이 아니라, 가루로 빻아 반죽을 만들어 구워 먹는 ‘빵’의 형태로도 활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효모를 넣지 않고 반죽을 넓적하게 펴서 뜨거운 돌이나 점토판 위에 구운 ‘평빵(flatbread)’은 식사와 제례, 심지어 거래와 계약의 상징물로도 쓰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보리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밀보다 글루텐이 적기 때문에, 반죽이 늘어나거나 부풀지는 않습니다. 대신 표면을 얇고 넓게 펴서 빠르게 익히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손으로 반죽을 빚은 후, 해가 내리쬐는 돌판이나 흙으로 만든 화덕(탄두르 같은 구조)에 눌러 구웠습니다. 고대 바빌로니아 지역에서는 이 빵을 꿀, 기름, 대추야자와 함께 먹기도 했으며, 이런 방식은 오늘날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계승되고 있죠. 저는 이 부분에서 '빵'이라는 것이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서,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적 코드라는 점이 깊게 와닿았습니다. 수천 년 전의 사람들이 먹던 방식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역사와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니까요.

2. 효모 없이 만드는 고대 빵 복원 레시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빵을 집에서 복원해보는 레시피를 소개할게요. 이 빵은 효모를 넣지 않기 때문에 부풀지 않으며, 밀가루가 아닌 보리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에 결이 거칠고 단단한 느낌이 납니다. 저는 직접 볶은 보리를 믹서에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후, 미지근한 물과 소금을 넣고 손으로 천천히 반죽했어요. 비율은 보리가루 1컵당 물 약 80~90ml 정도이며, 점성이 생기기까지 5~7분 정도 충분히 치대야 합니다. 발효 시간이 없기 때문에 바로 구울 수 있고, 표면이 매끈하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손으로 눌러서 지름 15cm 정도로 납작하게 펴준 뒤, 프라이팬이나 스톤팬에 기름 없이 약불로 구워줍니다. 한쪽당 약 4~5분씩 굽다 보면 노릇노릇한 고대식 ‘평빵’이 완성됩니다.고대에는 설탕 대신 대추야자 시럽이나 꿀을 발라 먹기도 했고, 간혹 양파, 마늘, 허브 등을 함께 넣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어 현대 식재료로 변형해도 무방합니다. 제가 실제로 해보니, 식감은 일반 빵보다 훨씬 거칠고 투박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하고 진한 보리의 풍미가 인상 깊었습니다. 따뜻할 때는 감칠맛이 있고, 식으면 오히려 크래커처럼 단단해져 장기 보관도 가능해요. 당시 사람들이 이 빵을 이동식 전투식량처럼 들고 다니며 먹었다는 이야기가 왜 가능한지 직접 경험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레시피를 하면서 느꼈어요. 효모 없이도, 글루텐 없이도 빵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제빵의 기준이 얼마나 근대적인 틀에 갇혀 있었는지 말이죠.

3. 직접 구운 후기와 평빵의 현대적 가치

직접 고대식 평빵을 구워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진짜 최소한의 음식이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모든 요리가 갖는 화려함이나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닌, 사람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근원적인 형태의 음식이었어요. 보리, 물, 소금. 단 세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이 빵은 오히려 그 단순함 때문에 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곡물 본연의 고소함, 손으로 직접 빚고 구우면서 생기는 온도감, 그리고 완성된 빵을 나누어 먹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어딘가 정직하고 투명하게 느껴졌어요. 이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기억과 손맛, 시간을 엮어낸 작은 문화 복원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이런 고대식 평빵은 요즘 시대에도 충분히 응용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루텐프리 식단을 하는 분들이나, 효모에 민감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 혹은 ‘빵은 발효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또, 교육용 체험 콘텐츠나 캠핑 레시피, 생존요리 콘텐츠 등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높고, ‘3가지 재료로 만드는 고대 빵’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복원 콘텐츠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던 식재료의 본질과 요리의 최소 단위를 다시 돌아볼 수 있어서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에도 또 다른 고대의 요리를 복원해볼 예정인데, 이렇게 하나씩 재현할수록 점점 더 음식이라는 것의 뿌리를 알게 되고, 나 자신과 시대를 연결하는 느낌이 들어요.